2011. 3. 7.

그린 파파야 김치


프놈펜의 무는 한국의 무에 비하면, 
작고 수분이 별로 없고 씁쓸한 맛이 난다. 
달고도 시원한 깍뚜기, 이곳에서는 먹을 수 없단 말인가! 

NPIC의 엄경숙 교수님께서 그린 파파야로 김치를 담아 먹으면 
맛나다는 귀한 tip을 알려 주셨다. 
이전에 영화 제목에 나오는 그 그린 파파야 말씀하시는 건가요? 
시장에서 2~3개에 1불 밖에 안하는 그린 파파야 말씀하시는 건가요?

얼른 시장에 가서 그린 파파야를 몇개 사왔다. 
흠.... 도저히 외관상으로는 김치와는 거리가 먼 친구 같은데...

일단 칼로 배를 갈라 보았다. 
아니 가운데에 하얗고 동글 동글한 씨가 수두룩하게 들어있는 것 아닌가?
심지어 어떤 파파야에는 곤충 알같은 까만 씨가 수도 없이 들어있다. 
으악~ 징그럽다!

무생채를 무치듯, 소금에 절여서 갖은 양념을 넣어 무쳐냈다.
먹어 볼까?
... 
...
무척 맛있다!
그린 파파야 김치 접수!


시은 자매와 온유 주언, 음악회 처음 왔어요!



2월 26일, 이찬해 교수님께서 주최하신 음악회가 프놈펜의 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고 
NPIC의 교수들도 초대해 주셔서 우리 가족도 음악회를 가게 되었다.
  
사진에 함께 한 자매는 시은이라는 한국이름을 가진 캄보디아 자매인데,
이제 3월쯤 부산으로 3년동안 일하러 가게 된다. 
표가 한 장 여유분이 있어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을까 하다가
남편이 시은 자매를 데리고 가면 좋겠다고 했다. 
시은 자매는 평생 클래식 음악회가 처음이라고 했다. 

처음 외국을 나간다며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다는 시은 자매,
성격도 밝고 한국말도 너무 잘한다.  
처음 와본 클래식 음악회, 시은 자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시은 자매 뿐만 아니라, 온유 주언이도 클래식 음악회는 처음이었다. 
한국과는 달리,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음악회였기에 아이들도 함께 갈 수 있었다.
한껏 기대를 하던 두 아이들... 
한 두 곡 듣더니 너무 지루하다며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한다. 
결국 쉬는 시간에 나가서 아빠와 호텔 로비에서 사진 찍기 놀이를 하며 
엄마와 시은이모를 기다렸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나이지만, 
한 음 한 음 정교하게 마음을 실어 연주하는 연주자의 모습과 그의 음악을 듣는 것 만으로도
다시 한 번 내 삶의 모습에 흐트러진 곳은 없는지...
빡빡하고 지루한 모노톤은 아닌지...
 최선의 master piece로 빚어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엄마를 기다리며 사진 찍기 놀이 중인 아빠와 어린이들...

2011. 2. 28.

놈빵으로 이어진 가족사랑


캄보디아에서는 재래시장 길거리에서 바게트 빵을 큰 바구니에 담아서 파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가격은 하나에 500리엘 정도로 1불에 바게트 빵을 8개나(!) 먹을 수 있습니다. 크메르어로는 빵을 '놈빵'이라고 하는데, 집 옆 시장의 할아버지가 파시는 놈빵을 아침에 가서 사면 아직도 온기가 느껴집니다. 

얼마나 바삭하고 고소한지 아이들이 모두 좋아합니다. 가끔은 아침에 좀 늦게 가면 다 팔렸다고 허탕을 치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19세기 중반부터 90년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영향으로 바게트 빵이 대중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 놈빵을 매개체로 아빠와 아이들은 사랑의 쪽지를 주고 받습니다. 놈빵으로 이어진 가족 사랑입니다.  
"많이 많이 드세요!"
아빠의 놈빵 사랑편지, "오늘 아빠가 놈빵 사올께"

주언이의 놈빵 사랑편지

온유의 놈빵 사랑편지

Lao Chhorng, 새 이름을 얻다.

 Lao는 NPIC의 꿈 많은 건축과 학생입니다. 제 남편과 Lao의 인연은 남편이 작년 가을 NPIC를 잠시 둘러보러 갔을때, 하룻동안 시내를 안내해 주었던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11월에 캄보디아에 들어와 지낸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캄보디아어 질문도 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남편이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하자, 자신의 점심을 나눠 먹자고 내밀었는데,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식빵 한 조각이었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정말 맛있게 먹었노라고 제게 돌아와서 말했습니다.

지난 주 Lao를 만났을 때, 남편은 그에게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주었다고 했습니다. 믿음은 있다고 하지만 아직 주일날 교회에 나가지는 않고 성경 이야기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Lao에게 몇 가지 성경 인물의 이름과 캐릭터를 설명해 주고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자, David을 골랐다고 했습니다. 담대하고 용감한 것이 맘에 들었다고 하네요.  

남편은 그런 Lao에게 주려고 그에게 잘 어울리는 머그컵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이메일로 David이야기가 나온 성경부분을 알려주고 그 부분을 꼭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Lao가 다윗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지혜와 믿음을 세우는 리더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2011. 2. 24.

또 중이염 걸렸다.

며칠 전부터 주언이와 온유가 감기가 걸려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어젯밤 새벽에 온유가 갑자기 귀가 아프고 웅웅거려서 소리가 잘 안들린다고 한다. 온유와 주언이는 둘다 기관지와 귀가 천성적으로 약해서 온유만 해도 중이염이 지금껏 7번도 더 걸렸었다.

이번에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병원에 데리고 갈 채비를 마쳤다. 주변분들께 이곳에는 헤브론 선교병원이라는 한국 선교사님들이 세운 병원이 있다는 말씀을 듣고 그곳을 찾아갔다. 아침 일찍 찾아갔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많은 현지인들이 병원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온유를 진찰한 결과 역시나 중이염이 맞았고, 항생제와 약처방을 받아 왔다. 덕분에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병원 가봤구나.

현지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처방을 전달하기 위해 그림으로 처방 지시가 적혀있는 것과 약봉지에 JESUS라고 적혀있는 것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유치원을 다녀오는 대가

2월14일부터 온유와 주언이는 근처에 있는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이 친구도 없이 너무 심심해 하고 힘들어 했고 그런 아이들과 함께 씨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은 캄보디아 아이들이고, 한 명인가가 한국 아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호주 분이시고, 나머지 선생님은 캄보디아 분들이셨는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셨다.

처음 다녀오더니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좀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엄마인 내 눈에도 여러가지 허술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5시20분에 아이들이 집 앞에 유치원차를 타고 온다고 해놓고, 초인종이 울려 나가보니 5시 밖에 안되었는데 아이들만 현관 문앞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첫  날 선생님께 인사를 하려고 가보았더니 선생님이 시작 시간 10분이 지나도 오시지를 않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온유가 돌아와서 말하길, 같은 반 캄보디아 아이들이 온유와 주언이가 한국말을 서로 하는 것을 듣고 "너희 크메르어(캄보디아어)하는거니?"하고 영어로 물어봤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낯선 땅에 와서 유치원에 다니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씩씩하게 다니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덕분에 나는 그 시간에 다음주 월요일부터 하루에 한시간씩, 일주일에 네 번, Chanthol이라는 캄보디아 자매와 함께 크메르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하루는 낯선 땅에서 학교 잘다니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슈퍼 다녀올테니 먹고 싶은 것을 다 적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수많은 달.달.한. 것들을 적어 놓았다. 하지만 약속을 했으니 지켰다. 이것이 바로 유치원 다녀오는 그들에게 주어진 보상이다.  



Open book in Phnom Penh

내부 사진
입구 간판
정문

 오늘은 아이들과 프놈펜에 있는 Open book Reading Room 이란 곳을 들렀다. 대여해 주지는 않지만, 영어책을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겨 찾아가 보았다. 캄보디아에는 굉장히 많은 NGO들과 선교단체들이 들어와 있다. 이곳도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지어진 reading room이다. 단층으로 되어있는 큰 안방 크기의 도서관에는 6명의 캄보디아 아이들이 블럭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캄보디아 말로 된 책을 읽고 있었다.

프랑스어와 한국어 책도 아주 간간히 눈에 띄었다. 책들이 먼지가 많이 싸여 있었고 아주 자주 업데이트가 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영어와 캄보디아어로 된 책들을 무료로 마음껏 볼 수있도록 해놓은 장소가 있다는 것이 참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유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는 것을 보고 있던 도서관의 사서와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나오면서 사진을 한 장 보았다. 가난한 어머니가 서점 앞 계단에 앉아서 자신의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흑백사진이었다. 그리고 밑에는 "Read for life"라고 적혀 있었다. 한참을 그 사진을 바라본 후 그곳을 나섰다.